제주도민의 제주도 여행
저는 제주도에서 태어났고 초,중,고 시절을 제주도에서 보냈습니다. 부모님도 평생을 제주도에서 살아서 저는 말 그대로 순도 100% 제주도민입니다.

그러나 저는 중학생 때부터 서울에서 사는 것을 꿈꿨고, 결국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벌써 제 고향 제주를 떠나 서울에 산 지도 어느덧 3년째입니다.
처음 서울에서 살게 되었을 때는 모든 것이 낯설고 눈부셨습니다.
제주도에는 없는 지하철에서 흘러나오는 안내 방송, 거리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회색빛 건물들.
이 낯선 서울에서 바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저도 서울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아 설렜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쿵쾅쿵쾅 뛰었습니다. 마치 평생을 서울에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런데 요즘 서울이 더 이상 새롭지가 않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풍경 속에서 저는 점점 무뎌지고 있었고 제 빛을 잃고 있었어요. 지하철에서 한강을 건너는 구간을 제일 좋아해서 그때만큼은 폰을 내려두고 지하철 창밖 풍경을 바라보곤 했는데 이젠 고개를 숙인 채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는 제 자신에게 놀랜 적이 있었네요.
그러다 문득 중학교 시절의 제가 떠올랐습니다.
중학교 건물 제일 꼭대기 층 창문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는데 맑은 날이면 수평선 끝에 작은 배들이 점처럼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남들에게는 무척이나 고요하고 평화로운 풍경일지 모르지만 중학생의 저에게는 무미건조했고 바다로 둘러싸인 감옥에 갇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주도는 저에게 너무 작고, 고요한 곳이었고 벗어나고 싶은 제 고향이었어요. 제주도를 벗어나 서울에서 살게 된다면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을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많은 기회와 수많은 선택지가 있는 서울이 이제 저를 가장 좁은 틀에 가두는 듯해요. 눈앞에 펼쳐진 건물들 사이로 길을 잃었고, 삭막함이 가득한 도시 속에서 제가 정말 원하는 꿈이 무엇인지를 놓치고 있었죠.

그래서 여름방학이라 제주도에 내려왔을 때, 저는 여행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렌트카를 빌리고, 본가를 놔두고 호텔에서 3박 4일동안 숙박하며, 평생 살아온 제 고향 제주를 처음 온 듯 새롭게 느꼈습니다. 오름도 가고, 광치기 해변에서 말도 타고, 어릴 때 자주 아버지와 배낚시를 가곤 해서 아버지와 함께 바다로 나가 배낚시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며 눈물이 날 만큼 행복했습니다.

늘 당연하게 곁에 있었던 제주가 너무나도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습니다. 푸른 빛 바다의 끝없는 수평선,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제주만의 핑크빛 노을, 오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던 말들 속에서 저는 비로소 위로받았습니다. 작은 감옥이라 여겼던 제주가 이제는 저를 살게 하는 가장 넓고 따뜻한 곳이었고 서울에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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