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이 시작하고도 1일이 지난 오늘,
일적으로 필름을 맡겨야 하는 일이 있어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10년을 넘게 서울에서 살다가 작년부터 양주에서 살게 되었어요. 장단점이 여러 가지로 많지만, 무엇보다 양주에 살게 되면서부턴 현상소를 가는 것도 여간 쉽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 한 번이면 을지로에 도착했었는데...! 그럼에도 결국 사진이 궁금하기에 몸을 일으킵니다. 집을 나서 현상소까지 가는 길이 제법 즐겁습니다. 물론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지만😖
일을 할 때에는 주로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데요, 쉴 때나 여행을 갈 때엔 필름카메라를 들고 가게 되더라구요. 필름값도 현상스캔비용도 만만치 않은 비싼 취미인데 어째서 일까요?
왜 다시 필름이냐고 하면,
찍은 후에 바로 사진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을 면죄부로 결과물을 오롯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의도하지 않았는데 멋진 사진이 나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초점이 나가든, 노출이 맞지 않았든, 흔들렸든 그 어떤 결과라도 필름 감성으로 승화시켜버린달까. 그것이 큰 위안이 됩니다. 삶에서는 나의 적당함이 초래하는 결과를 수용하지 못할 때가 많아요. 마지못해 회피라는 방어기제로 마주하지 않기도 하죠. 그런데 참 재밌게도 필름사진은 아웃풋이 어떻든 결과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성숙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군가는 합리화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요, 적어도 저에게는 위안이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이 도구를 사랑할 수 밖에 없던 이유이기도 하고요🎞️
몇 주만에 들린 고래사진관에서 오래된 후지필름을 발견했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빈티지 필름이라는데 어찌나 반가운지🫢 저도 모르게 2롤을 손에 쥐고 있었어요. 이런 예상치 못한 반가움도, 아마 필름생활을 유지하게 하는 이유 중 하나겠죠?
2025.09.02. 밤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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